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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화 누가 감히 (1) 종남산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는 작은 인영이 있었다.
쏜살같은 움직임과 함께 나무 아래로 쭉쭉 늘어지는 그림자. 아침부터 시작된 유진산의 경공은 거침이 없었다.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하루 안에는 일을 마치고 돌아올 작정이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어린 손녀를 홀로 놔두고 외박을 해본 적이 없었다.
산의 중턱에 이르자 푯말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곳부터는 종남파의 영역으로 외부인의 출입을 불허한다.』 어느 문파나 하나씩 있을 법한 경고문이었다.
그냥 물러설 유진산이 아니었다. 엔트리파워볼
그는 등 뒤의 보따리에서 죽봉을 뽑아 들며 성큼성큼 걸었다.
울창한 나무 숲길을 빠져나오자 깎아지른 절벽의 틈새로 이어진 산길이 보였다.
소수의 인원으로 길목을 차단하기에는 가장 좋은 위치였다.
십중팔구 도사들이 길목의 입구를 지키고 있을 터. 유진산의 발걸음이 이곳에서 우뚝 멈추었다.
적막이 가득한 가운데 어딘가에서 사람의 음성이 들려왔다.

“너 뭐야? 여긴 어떻게 올라왔어?” 경계감보다는 어이가 없다는 말투였다.
꼬마 혼자 이 험산을 올라왔으니 신기할 수밖에.
유진산은 죽봉의 끝으로 근처에 보이는 한 나무 위를 가리키며 말했다. EOS파워볼
“걸어서 올라왔지. 날아왔겠느냐.” “…….” 숨어서 말을 건넸던 도사는 순간 당황했다. 꼬마의 말도 어이가 없었지만, 죽봉의 끝이 정확히 자신의 위치를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쪼그만 아이가 자신들의 은신을 눈치챘으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다.
숨어 있던 도사들은 이내 우연이라 치부하며 다시 경고를 보냈다.
“별 미친 녀석을 다 보겠네.” “처맞기 싫으면 빨리 내려가!” 감히 종남파의 영역에서 도발을 해오다니. 아이가 아니었으면 출수를 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그들로서는 최대한 봐준 것이리라.
만약 반로환동한 노고수임을 알았다면 결코 이런 반응을 보일 리가 없었다.
“시간 없으니 한 번에 나오너라. 쥐새끼 여섯 마리 모두.”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에게 욕지거리를 듣다니.

눈이 뒤집힌 도사들은 그가 자신들의 숫자를 정확히 짚어냈다는 로투스바카라 것조차 망각했다.
“이 새끼가 미쳤나.” 유진산이 서 있던 우측 나무 위에서 그림자 하나가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참다못한 도사 한 명이 먼저 행동을 개시한 것이다.
검진부터 펼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꼬마 따위를 상대로 그런 것은 사치였다.
검을 뽑는 것조차 수치스러웠는지 그는 검집째로 아이의 등을 후려치고 있었다.
찰나의 순간. 미동조차 없던 유진산의 상체가 좌측으로 기울어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반응속도.
도사가 헛손질을 하며 놀란 눈을 부릅뜰 무렵. 아이가 움켜쥔 죽봉이 그의 가랑이 사이로 파고들었다.
콰직-!
뒤이어 처절한 고통의 메아리가 종남산을 뒤흔들었다.

“끄하아학!!” 바닥에 쓰러진 도사는 낭심을 움켜쥔 채 사지를 부들부들 떨어댔다.
숨어서 그 장면을 목격한 도사들은 움찔거리며 공격을 망설였다.
그러자 쓰러져 있던 도사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빨리 잡아, 이 병신들아!!” 도사의 몸으로 일평생 처음 해본 욕설이었다. 그만큼 그의 분노는 이루어 말할 수가 없었다.
이제는 애라고 봐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진명 사형이 당했다!” “모두 동시에 덮쳐!” 다섯 명의 도사들이 모습을 드러내며 행동을 개시했다.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는지, 그들은 검진을 펼칠 생각조차 잊고 있는 듯했다.

어설픈 모습들. 그리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유진산은 긴장조차 느끼지 못했다.
‘이대제자들인가? 마침 잘되었군.’ 반로환동한 신체로 싸우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었다. 그러한 경험을 쌓기에 매우 훌륭한 상대들이었다.
사방에서 달려드는 도사들을 뒤로한 채 그는 숲속으로 몸을 감추고 있었다.
“놓치지 마!” “저 건방진 꼬마 놈을 반드시 잡아야 한다!” 도사들도 나무가 우거진 숲을 향해 하나둘씩 몸을 날렸다.
그때까지는 그들 중 아무도 알지 못했다. 유진산이 자신들을 유인한 것임을.
기다렸다는 듯이 누군가의 비명이 뿜어져 나왔다.

빠각-!
“크악! 이 비겁한 녀석이!”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에서는 체구가 작을수록 유리한 법. 유진산은 나무 사이를 요리조리 헤집고 다니며 다가오는 도사들을 한 명씩 죽봉으로 후려쳤다.
빠악-! 쩌억-!
경쾌한 소리와 함께 도사들의 비명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정밀하고 교묘한 그의 창술은 벼락처럼 빨랐다. 그 누구도 기습처럼 다가오는 죽봉을 피해낼 수가 없었다.
“크악!” “저, 저놈 뭐야?
고작 이대제자들이 반로환동한 노고수를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진법도 펼치지 않은 채로 말이다.
그들이 모두 쓰러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유진산은 쓰러져 뒹구는 도사들의 혈도를 눌러 제압한 후 한곳으로 모았다.
“어른을 보면 공경을 해야지. 요즘 젊은 도사 놈들은 영 버르장머리가 없단 말이야.” “…….” 도사들은 눈만 끔뻑이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
“두 시진쯤 쉬면 점혈은 알아서 풀릴 게다.” 강호초출에 불과한 이대제자들 따위 아무리 털어봐야 나올 게 없을 터. 이들에게는 볼일이 없었기에 망설임 없이 등을 돌렸다.
‘역시나 올라가 봐야겠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일을 마친 그는 종남파가 있는 정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목적지의 근처에 도착할 때까지 막아서는 도사가 없었다.
생각보다 허술한 경계망. 유진산은 이런 종남의 모습에서 방심이 아닌 자부심을 보았다.
누구도 종남산에 함부로 침입하지 못하리라 확신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문파의 원로들부터 은퇴한 기인들까지, 이곳부터는 무수한 고수들이 포진하고 있을 터. 기척을 죽이며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잠입할 방법부터 찾아야 할 터인데.’ 그는 근처에서 지세가 가장 높은 봉우리로 올라가 염탐을 시작했다.
구름 아래로 펼쳐진 절경이 장관이었지만, 감탄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문파의 시설이 밀집한 드넓은 분지. 그곳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대 연무장에 모여 검을 휘두르는 백여 명의 도사들이었다.
다른 곳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각종 무예를 익히는 자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가 있었다.

‘도교의 성지라던 종남산에 도사(道士)는 어디로 가고 무사(武士)만이 가득하구나.’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도사의 본질은 무예가 아닌 선인(仙人)이 되기 위해 도를 갈고닦는 데에 있다. 그러나 불도를 공부하는 도사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무엇이 이들의 모습을 변하게 만들었단 말인가. 원인이 궁금했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것은 나중의 문제였다.
그때 유진산의 시선이 근처의 한 암자에 고정되었다.
키가 어른의 허리 정도 오는 어린 도사 하나가 찻주전자를 움켜쥐고 이동하고 있었다. 누군가를 시중하러 가는 모양이었다.
‘저 녀석이 적당하겠구나.’ 인적이 드문 나무 위에 매복한 유진산은 아이가 가까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어리버리해 보이는 모습을 보니 입문한 지 얼마 안 되는 막내 항렬이 분명했다.
잠시 후 거리가 가까워지자 유진산이 아이에게 전음을 보냈다.

오른쪽에 보이는 복숭아나무로 와보거라.
“……?” 꼬마 도사는 주전자를 움켜쥔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유진산은 다시 한번 아이에게 전음을 보냈다.

사숙이 부르면 재깍 와야지, 뭘 머뭇거리고 있느냐!
사숙이라는 말에 꼬마 도사의 얼굴에 긴장의 빛이 떠올랐다. 아이는 고개를 숙이며 총총걸음으로 나무 아래로 다가왔다.
어리숙한 모습이 귀여워 보일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나무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떨어져 내리며 아이의 몸을 휘어 감았다.
휘리릭-!
꼬마 도사는 영문도 모른 채 정신을 잃고야 말았다. 혈도를 점혈당한 것이다.
“할아버지가 옷 좀 잠시 빌려야겠다. 앞으로는 모르는 사람이 부르면 다가가지 말거라.” 아이의 도포와 모자를 빼앗아 착용해보니 기가 막히게도 몸에 딱 맞았다.
죽봉과 봇짐을 숨겨놓은 그는 주전자를 움켜쥐고 좀 더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최근에 문파에서 제자들을 많이 받았는지 어린 도사들이 대다수였다. 그 때문인지 마주치는 이들 중엔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자가 없었다.
유진산은 인적이 드문 분지의 외곽을 돌며 적당한 목표를 탐색하고 다녔다.
잠시 후 그의 시선이 한곳에 고정되었다. 우뚝 솟은 봉우리 위에 홀로 지어진 작은 암자 한 채. 만약 이곳에 누군가가 있다면 제압해 심문해 볼 요량이었다.
문앞에 다가선 유진산은 은밀하게 내부의 기척을 살펴보았다.
‘이거 시작부터 운이 좋구나.’ 내부에서 느껴지는 한 가닥의 기운. 조금 전 상대했던 이대제자들보다 기의 흐름이 중후한 것으로 보아 일대제자인 듯했다.
목표를 설정한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쿵-! 쿵-!
문을 두들기자 안에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시오?” “접니다.” 잠시 후 문틈으로 도사가 귀찮음 가득한 얼굴을 내밀었다.
“무슨 일이야?” “차를 가져왔습니다.” “차라니? 너 뭐야? 왜 나한테 이걸 왜 가져와?” 유진산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외진 곳이라 그런지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갑자기 그의 분위기와 말투가 돌변했다.
“말이 많아. 어른이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냉큼 받아먹으면 될것을.” “……?” 일대제자의 얼굴이 황당함으로 물들 무렵.
유진산의 손바닥이 다짜고짜 그의 명치를 가격했다. 쩌엉-!
불시의 일격에 적중당한 일대제자는 방 안으로 주르륵 밀려나갔다.
그는 숨이 막힌다는 듯 새우처럼 몸을 굽혔다.
“……끄어.” 안으로 들어온 유진산은 문을 닫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 그리고 일그러진 눈빛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늘같은 일대제자가 막내 항렬로 보이는 녀석에게 기습을 당한 것이다.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그러나 놀라움은 지금부터였다. 곧이어 짤따란 다리가 곡선을 그리며 그의 발목을 후려차버렸다.
콰직-!
“끄악!” 도사는 비명과 함께 엉덩방아를 찧고야 말았다.
눈높이가 맞춰지자 유진산의 오른손이 벼락처럼 쏘아져 나가며 그의 목젖을 틀어쥐었다.
꽈악-!
숨이 턱 하고 막혀온 일대제자는 얼굴이 붉어지며 경련을 일으켰다.
“…….” 이대제자들을 상대할 때와는 달리 유진산의 손속에는 사정이 없었다.
만약 종남파가 가문의 흉수와 연관이 있다면, 일대제자들은 사건과 무관하다고 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투와 표정도 지금까지와는 사뭇 달랐다.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지 않으면, 노부가 네 목젖을 뜯을지도 모르겠구나.” 다급한 일대제자의 눈짓을 확인한 유진산은 손아귀의 힘을 풀어주었다.
한참을 컥컥대던 도사는 의문이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
“켁……. 당, 당신은 누구시오……?” 노련한 일대제자인 그는 유진산이 반로환동한 마두라고 짐작했다. 아니면 사파 연맹인 사도련의 고수이던가.
그렇지 않다면 어느 누가 대담하게 이곳까지 찾아와 협박을 벌일 수 있단 말인가.
짐작대로라면 지금 자신이 살해당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을 터. 도사의 눈빛은 점차 공포에 잠식되어 갔다. “질문은 노부가 한다. 답변에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즉시 네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 “…….” 도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은밀히 눈알을 굴리고 있었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유진산이 아니었다. 파워볼사이트 파워볼게임
“허튼수작 부릴 생각은 버리거라. 기막(氣膜)을 두른 이상, 밖에서는 아무도 듣지 못할 테니까.” “알, 알겠소…….” 유진산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또박또박 말했다.
“살고 싶다면, 네가 그만한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게다.” 도움이 될 정보를 토해낸다면 살려줄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이렇게 허무하게 죽고 싶은 마음은 없소. 내가 아는 정보는 답해줄 테니, 살려주겠다고 약속해주시오.” 고개를 한 번 끄덕인 유진산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종남파에서 극진문을 습격했을 당시 네놈도 그 자리에 있었느냐.” “그렇소.” “그렇다면 얘기가 빠르겠군. 그날 그곳에서 종남파를 도운 세 명의 괴인이 누구인지 말하거라.” “그들에 대해선 아는 게 없소. 나도 그날 처음 보았으니까.” 눈빛을 보니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유진산은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로 내저었다. “그렇군. 네 정보는 별로 가치가 없었으니, 살려줄 이유 또한 없구나.” 날카롭게 세워진 유진산의 손날이 사선으로 치켜세워졌다.
그러자 일대제자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하게 변했다.
“하, 하지만!” “……?” “현호 사백께서는 그들이 누군지 아실 것이오. 틀, 틀림없소!” 현역으로 활동 중인 일대제자의 사백이라면 장로의 신분일 터.
예전의 노쇠한 신체였다면 포기했을 테지만, 지금은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
“위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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