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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어르신. 한잔 받으시죠.” 꼴꼴꼴…….
“소협도 받으시구려.” 서로의 잔에 술을 채운 소어와 노인이 웃는 낯으로 술을 들이켰다.
자그마한 객잔이라 흔하디흔한 백건아를 대접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행히 노인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크음… 백건아가 좀 독한 술인데. 괜찮으신가요?

고려에선 어떤 술을 마시는지?” “대개 백성들은 쌀로 빚은 탁주를 마시지만, 부자나 고관대작은 고려의 특산물로 유명한 인삼주나 소주를 마신다오. 물론 나는 심산유곡에 틀어박힌 도인이니 이따금, 약초로 만든 담금주나 즐기는 편이오.” 자잘한 화두를 시작으로 두 사람은 이런저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럴수록 소어의 귀가 쫑긋 섰다.
호기심이 많은 탓에, 타국의 이야기에 재미를 붙인 것이다.
그러던 와중.
“그럼 어르신이 방주로 계신 우도방은 단순히 도술 같은 걸 익히는 곳이 아닌 셈이네요?” 백인화로부터 우도방과 고려 무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던, 소어가 놀라움을 머금고 물었다.
“그렇소. 우도방은 크게 세 가지를 가르친다오. 첫째, 퇴마와 주역, 주술.

둘째, 천기를 읽는 능력. 셋째가 바로 무공이오.” 소어가 놀란 대목은 바로 우도방에서도 무공을 가르친단 점이었다.
‘하긴. 어르신의 체술은 경천동지할 수준이었지. 단순히 공능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게 아니었어. 모르긴 하지만 무공만 놓고 봐도 나보다 한 수 위일 거야.’ 그렇게 한동안 소어의 일방적인 질문세례가 줄기차게 이어지고……. 세이프파워볼
“허허. 소협은 참으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 같소. 말도 많고 말이오.” “앗! 의도치 않게 귀찮게 해드렸네요.” “아니외다. 나 역시 수다 떠는 걸 좋아하니 개의치 마시오.” “하하! 저도 수다 참 좋아합니다.” 두 사람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연신 수다를 떨어댔다.
그러던 중, 소어는 고려 최강의 무인이라 불리는 ‘척준경’의 신화적 무용담을 들을 때, 저도 모르게 호승심을 느끼기도 했다.
“와! 그게 정말이에요? 척 대협도 대단한 분이네요.” “명실공히 고려제일인이라 할 만한 사람이지요.” “어르신과 비교하면 어떤가요?” 소어가 정곡을 찔렀다.
예리함을 머금은 질문이었다.

“어찌 척 대협 같은 무인과 이 미천한 늙은이를 비교할 수 있겠소.” 파워볼사이트 백인화 겸양에, 소어가 쓰게 웃었다.
‘일신의 능력을 감추고 계신 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소어가 보기에, 백인화의 무공은 쉬이 그 깊이를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구나 신비한 공능을 감안한다면, 백인화야말로 우천마검, 노영명 같은 괴인을 능히 상대할 수 있으리라….
“어르신. 너무 겸손하신데요? 제 식견이 아직 미천하지만, 사람 보는 눈은 탁월하거든요. 어르은 최소 현경에 다다르신 절대 고수신 거 같은데. 하하.” 이번에는 백인화도 소어의 말을 부정하지 않고, 그저 허허롭게 웃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아까 소협을 보니, 십초무적공을 사용하더구려.” 놀라운 한 마디를 내뱉는 게 아닌가?
소어가 기함한 얼굴로 물었다.

“어르신! 십초무적공을 아세요?” “당연히 알고 있소.” “……어떻게?” “모용 대협이 나의 벗이었기 때문이오.” “아하!”
소어가 반색하며 눈을 빛냈다.
“사실 고백하자면, 나는 진작부터 소협이 십초무적공의 전승자임을 알아차렸다오.” “네?! 그건 또 어떻게…” “천하를 구할 대영웅의 상(狀)을 가진 인물이라면, 당연히 투신의 제자가 아니겠소?” ***
어느덧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우고….
장장 세 시진 동안 술잔을 기울이며 대화를 나눈 뒤에야, 소어와 백인화는 내일을 기약하며 각자의 객실로 발길을 옮겼다.
‘감히 저런 대단한 어르신을 가늠하려 했다니. 내가 어리석었지.’ 백인화와 수많은 담소를 나누며 소어는 하늘 위에 하늘.
천외천이란 말의 의미를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소어가 본 백인화는 거의 반인반신(半人半神)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는 알고 보니, 소어의 전신에서 흐르는 기도만으로 태경심법을 익혔음을 알아차렸고, 파워볼게임사이트 모용천의 수제자임을 유추한 것이었다.
더욱이 천기를 짚어 이미 진작, 모용천과 천마, 위지운의 죽음을 알게 되었단 소릴 들을 땐, 몸에서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앞으로 동행하면서 많은 걸 배워야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어는 모용천 이후로 누군가에게 무언가 배우고 싶단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은 십초무적공 이상의 무공을 경험한 적이 없었던 탓이다.
하나, 백인화의 대단한 능력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기질이 다분한 소어의 마음에도 파문을 일으켰다.
그렇게 고단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이튿날.
“간밤에 별래무양하셨는지요? 어르신. 하하하.” “허허. 소협은 어떠했소?” “길몽을 꿨습니다.” “길몽이라?” “네.”

“어떤 꿈이었소?” “어? 꿈은 말하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허허. 이제 보니, 소협이 도사군.” “하하하.” 시시콜콜한 농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 두 사람.
이내 소어가 백인화에게 물었다.
“말씀드린 대로, 북해빙궁에 입궁해야 하는데, 어르신도 함께 가실래요?” “나는 그냥 이곳에 있을 테니, 볼일 보고 오시구려.” “좀 늦을지도 몰라요. 채광 건에 대해 마무리를 지어야 해서.” “몇 날 며칠이고 기다릴 테니, 걱정마시오.” “그럼, 어르신! 사라지시면 안 됩니다?” “약속하리다.” 다짐을 받고서야 소어는 안심하고 빙궁으로 향했다.
최소한 백인화와 구양선의 대면이 이루어질 때까진, 동행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잠시 후…….
빙궁에 도착한 소어를 보고, 왕방태와 왕소영이 반색했다.
“진 소협! 어찌 된 겐가? 내 얼마나 걱정을 했다고! 마물 잡으러 간 사람이, 하루가 지나도록 기별이 없었으니!” “소어! 너 어디 다치거나 한 건 아니지? 괜찮은 거야?” 두 사람의 호들갑에 소어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궁주님. 걱정했지, 소영아? 하지만 아무튼 간에!” “…….”
“…….”
왕씨 부녀의 눈에 의문이 담길 때.
슥-
소어가 품에서 무언갈 꺼내 들이밀었다.
“……이건!” “우와!”
바로, 한기를 가득 머금은 설산거신의 내단이었다.
“진 소협. 결국, 해냈구먼. 껄껄껄!” 왕방태의 입이 귀에 걸린다.
그 모습에 소어도 흐뭇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휴! 궁주님. 말도 마세요. 설산거신인지 뭔지, 정말. 지독스럽게 단단하더라고요. 하마터면 못 잡고 돌아올 뻔했어요.” “크하하! 참으로 고생이 많았네!” “자, 그럼 이거 받으세요. 궁주님.” 소어가 3정의 내단을 왕방태에게 건넸다.

“허……. 2정이 아니라 3정이나 주는 겐가.” 원래 소어는 왕방태에게 2정의 내단을 선물할 생각이었다.
하나 그건 양심이 허락지 않았다.
자신을 믿고 설빙석의 유통권을 내준 것도 모자라, 따지고 보면 설산거신의 내단을 얻게 된 것 역시, 왕방태의 권유 덕분이 아닌가?
사매와 사제에게 줄 2정의 내단만 챙기고 나머지를 다 내줘도 아깝지 않은 마음이었다.
“궁주님. 원하시면 더 드릴 수도 있어요. 단 제게 2정은 꼭 내주셔야 합니다? 저만 바라보는 토끼 같은 사매와 사제가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어서… 하하.” 그 순간.
조금은 들떠 있던 왕방태의 분위기가 돌연, 정적으로 변했다.
뿐만 아니었다.
내단에는 별 관심도 없던 왕소영조차 떨리는 동공으로 소어를 일별하는 게 아닌가.
‘왜들 이래? 그렇게 좋나? 하……! 아무래도 5정 넘겨야겠네.’ 하나 소어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별안간, 변해버린 두 사람의 태도는 전혀 다른 데서 기인한 것이었다.

‘소어는 되게 욕심이 많은 얜 줄 알았는데, 의외로 배려심도 있구나.’ 왕소영은 그런 생각에 잠겼고.
“진 소협.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자네에게 감탄하게 되는군. 이 귀하디귀한 내단을 쉽게 내줄 생각을 하다니! 영특한 머리와 경동할 무공, 대담한 배짱과 심계에 후덕한 인심까지 갖추고 있으니! 세상에 이런 멋진 사내가 어디 있겠는가! 아……!” 왕방태는 소어에게 반하기라도 했는지 실로, 듣기 민망할 정도의 칭찬 세례를 퍼부었다.
“하… 하하… 하하하… 궁주님도 참. 무슨 칭찬도 그렇게 살벌하게 하십니까. 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소어라고 어찌 칭찬을 싫어하겠나.
하지만.
‘와… 이거 잘못했다간 빼도, 박도 못 하고 사위 되겠네. 조심, 또 조심해야지.’ 지금 파워볼실시간 이 순간, 소어는 왕방태에게 공포(?)를 느꼈다.


“껄껄! 견본으로 들고 가기엔 양이 너무 많지 않겠는가?” 왕방태는 곧장, 명령을 하달하여 설빙석을 공수해 소어에게 건넸다.
물론, 채광과 가공, 유통에 이르는 본격적인 과정은 인부를 확충한 다음 이루어질 터지만, 소어는 기왕 북해까지 온 김에, 최대한 많은 양의 설빙석을 짊어지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충분합니다. 어차피 같이 짊어지고 갈 분이 계시거든요.” “같이?”
“네. 그건 차차 또 말씀드릴게요.” “허허. 이렇게 또 아쉬운 작별을 하게 되는군. 언제 보겠는가?” “우선 요령으로 돌아가 실무자를 만나 회의를 거칠 거예요. 아마 그쯤 되면 무림맹의 새 맹주 선출 건으로 연락이 올 테니, 맹에도 들러야겠죠. 그 일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오겠습니다, 궁주님.” “알겠네.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든 기별을 주게.” “아무쪼록, 감사드립니다.” 소어가 공손이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그러자.
“이 사람아! 감사하긴, 뭘. 우리가 어디 남인가? 어? 자네와 나는 험험!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닌바, 내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자네가 잘 되는 게 내가 잘 되는 일일세. 크하하!” 어쩐지 해석하기엔 너무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이었다.
‘또 선 넘으시네, 궁주님… 하!’ 덕분에 소어는 다시 한번 왕방태의 흑심(?)을 경계해야

했지만.
그때 아쉬움 묻은 왕소영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덕분에 재밌었어, 진소어. 일 끝나는 대로, 또 놀러와. 네가 좋아하는 수다나 잔뜩 떨자, 야.” “그럼 그럼. 이젠 일 때문에라도 자주 올 수밖에 없으니까. 조만간 들를 땐, 대련이나 한번 하자. 무공 수련 열심히 해.” “또 무한 체력 타령이야?” “하하하.” 작별은 단출했다.
기약이 없으면 또 모를까, 조만간 다시 들를 터였기에 소어는 가벼운 마음으로 왕씨 부녀와 인사를 나눈 뒤, 백인화가 머무는 객잔으로 다시 향했다.
한데….
“허… 진 소협! 그게 다 무엇이오? 대관절…” 소어를 본 백인화는 입이 쩍 벌어지고 말았다.

아니나 다를까.
“하하. 짐이 좀 많죠? 뭐, 제가 혼자 다 들 수는 있습니다! 저어얼대! 도움 안 주셔도 되니까, 어르신은 그저 편안~하게 가시면 됩니다. 하하핫!” 자신의 몸뚱이보다 훨씬 큼지막한 설빙석 덩어리들을 천잠사 그물로 꽁꽁 싸매 짊어진 소어의 모습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허! 그래서 내게 짐을 많이 들 수 있는 술법 같은 게 없는지 물었던 거요? 참…” 백인화는 소어의 엉뚱함에 어이가 없었다.
“아! 아닙니다, 어르신. 그냥 물어본 거죠, 뭐. 크크. 어쨌든 신경 쓰지 마십쇼. 저 실시간파워볼 혼자 끙끙대며 내력 펑펑 써재끼면 이런 돌멩이쯤, 능히 짊어지고 요령까지 달릴 수 있으니까요.” 바보가 아닌 이상, 누가 들어도 도와달란 소리임을 알 수 있을 한 마디였다.
그 모습이 우스웠는지, 백인화가 껄껄거리며 입을 열었다.
“껄껄! 진 소협. 그대는 재밌는 사람이구려. 이리 주시오. 반은 내가 들어줄 테니.” “아… 그럴 필요 없으시대두. 참. 하하핫.” “정말 그럴 필요 없소?” “아뇨.”
백인화가 말을 바꿀까 싶어 소어는 부리나케 설빙석 덩이를 반으로 나누어 건넸다.
“어르신.” “말하시구려.” “축지법이란 거. 한번 보고 싶네요. 얼마나 대단한지.” “별거 아니오. 그냥 무인들의 경신, 보법과 진배없으니.” “그럼 대결 한 번 해보실래요?” “……어떤?” “누가 더 빨리 달리나 말입니다.” “좋소!”

파파팡-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소어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번개처럼 사라졌다.
졸렬할 정도의 반칙을 시전한 소어였지만 백인화의 눈엔 그저 재밌고 귀엽게 각인될 뿐이었다.
‘허허허. 세상을 구할 영웅치고는 유쾌한 사람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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